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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iland

[방콕 뚜벅이 2편] 뚜벅이 대참사

by quanny 2024. 4. 11.
"The real voyage of discovery consists not in seeking new landscapes but in having new eyes"
- Proust -

위는 프랑스의 작가 프루스트의 소설 속 문구인데

비행기에서 너무 심심해서 대한항공 모닝캄 잡지를 읽다가 이 문구를 되새기며 이번 여행의 목적을 잡았다.

방콕은 처음으로 혼자 가는 해외여행으로 나 자신을 탐구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얻고자 했다.



방콕에서의 첫끼

한국보다 시차가 2시간 느린 관계로 보통 내가 한국에서 9시에 일어났다면 나는 여기서 7시에 일어나도록 패턴이 맞춰진 상태였다.

덕분에?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 메뉴를 고민하게 되었고 아침은 그냥 간단하게 먹자는 생각으로 어제 늦은 저녁에 간단히 허기를 달랬던 편의점 토스트가 너무 맛있었던 기억에 아침도 토스트로 때우겠다는 생각으로 호텔을 나섰다.

그런데 호텔 문 밖을 나오자마자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은 맛있는 태국음식 냄새!

동남아식 흰쌀밥을 되게 좋아하는데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나의 최애 메뉴 중 하나가 딱 기다리고 있었다.

가격을 물어보니 50바트! (한화 약 3,750원). 쌀밥+겉만 튀긴 치킨+달걀+오이 조합이 4천원도 안된다니 이건 혁명이었다.

아주머니께서 직접 현장에서 만들어 주셨고 첫끼라서 그런지 몰라도 여태 제일 기억에 남는 맛이었다.

그렇게 이름모를 메뉴를 포장해 와서 호텔방에서 맛있게 먹으며 오늘 일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TIP! 길거리 음식거리: 라챠프라롭역에서 도보로 5분

DePrime Rang Nam 호텔 오른쪽에 하이라이트된 거리에 길거리 음식이 아침부터 즐비하다


질주하는 오토바이

처음 접하는 도시를 알아가기 위해서는 일단 걸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가 어제 타고왔던 공항철도는 기존 국철 선로 고상으로 지어진 터라 내가 묶고 있는 곳이 그래도 방콕 중심가라는 생각이 들어 걸어 다니다 보면 뭔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일단 어제 내린 파야타이역 바로 전 정거장인 라챠프라롭(Ratchaprarop)역 쪽으로 향했다.

길을 건너기 위해 육교에 올라가니 방콕 도심이 펼쳐졌다.

오토바이와 오래된 버스가 뒤섞여 되게 엔틱한 도시 느낌을 연출했다.

조금 걷다가 한국의 동대문과 같은 빠뚜남 시장을 지나갔고, 슬슬 노잼인게 느껴져서 여행계획을 짜며 가고싶었던 룸피니공원을 가보기로 했다.

방콕 지하철은 환승이 안되고 버스는 뭐가 뭔지 모르겠고,,

결국 대만서 한 번은 타봐서 어떤 느낌인지는 알았던 오토바이를 타보기로 했다.

바로 볼트 앱으로 오토바이를 불러 40밧에 룸피니공원으로 데려다준다길래 바로 올라탔다.

올라타자마자 질주하기 시작하며 방콕의 꽉 막힌 차들을 아슬아슬하게 뚫고 지나가고 안 막힌 구간에서는 레이싱을 하며 룸피니공원에 도착했다.

40밧을 내미는 내 손은 긴장 속에 땀범벅이 되어 있었다 ㅎ


룸피니공원과 쭐라롱껀 대학교

일단 지도상으로는 룸피니공원과 쭐라롱껀 대학교가 대학병원으로 보이는 공간을 끼고 옆에 있는 것으로 보여

두 공간을 한 번에 둘러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이 날을 계기로 방콕 지도의 스케일이 머리에 제대로 각인되었다.

우선 룸피니공원은 센트럴파크 느낌의 도심 속 작은 공원으로 선대 왕의 토지기부로 지어졌다고 한다.

공원 자체도 내부에 큰 호수도 있고 나무도 잘 가꿔져 있어 센트럴파크 분위기가 물씬 났고 맑은 공기와 함께 방콕에서의 첫 날을 시작하기 매우 좋은 장소였다.

불교 국가답게 곳곳에 불상이 있었고, 나도 준불교로서 기도를 해보았다.

이제 길을 건너 대학병원을 뚫고 쭐라롱껀 대학교로 향하려던 찰나 구글지도에 뜬 걷기 소요시간은 40분... 병원 사이즈 하나 엄청 크네 하고 체념을 하며 걷기 시작했다.

계속 걷던 와중 뭔가 학교 정문으로 보이는 곳을 발견했고 운 좋게도 정문이 맞았다!

정문 쪽으로 길을 건너자 다른 도시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방콕 건물 숲 속 전통양식의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푸른 하늘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메인 캠퍼스는 식목도 많고 건물들도 다 낮아서 아름다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다리도 아프고 배가 고프기 시작했던 나는 학교 옆 방콕의 중심지, 시암스퀘어 쪽으로 향했다.


첫 현지 팟타이

팟타이에 환장하는 나로서 이번 여행의 목적 중 하나는 맛있는 현지 팟타이를 발굴하는 것이었다.

쭐라롱껀 대학 주변 팟타이 맛집을 찾던 중 뭔가 유명해 보이는 집을 찾았고,

11시경인데도 안에 사람이 꽤 있어 잘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가자마자 팟타이를 시켰는데 직원이 뭔가 음료수도 시키라는 눈치였다..

그래서 이상하게 생긴 롱간주스를 시켰는데 은근히 맛있었다.

팟타이는 새우도 통통하고 소스도 딱 알맞아 행복한 맛이었고 롱간주스는 맛있긴 했는데 너무 달아서 뭔가 가끔 마실만한 주스인 것 같다.

 

[Pad Thai Mae Thong Bai] 쉬림프 팟타이 + 롱간주스 330밧

방탄소년단 아니고여 지상철 BTS입니닷

40분+a의 거리를 슬리퍼를 신고 걸으며 발이 너무 아팠던 나는 결국 지상철을 선택했다. 방콕 지상철의 이름은 다름 아닌 BTS!

방콕은 도시철도가 세 종류인데 고가로 다니는 지상철은 BTS, 지하철은 MTS, 기존 철로를 이용하는 것은 SRT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각 시스템은 결제 시스템도 다르고 서로 환승도 안된다.

한국으로 치면 BTS=지하철 크기의 지상 경전철, MTS=서울지하철공사 운영 노선, SRT=한국철도공사 운영 노선

이렇게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

사실 트래블로그 카드를 발급받은 이유 중 하나가 지하철 결제 때문인데 이 셋 중 유일하게 MTS가 트래블로그 컨텍리스 페이를 지원한다.

즉, 이번 BTS 이용을 위해서는 또 현금내고 토큰을 받았다는 뜻.

토근기계에 QR코드 결제가 된다고 적혀있던 것 같긴 한데 이게 GLN도 되는지는 확인을 못해봤다.

일단 방콕 지하철 전반적으로 더운 날씨 제외하고는 한국 수준으로 깨끗하고 안내방송과 화면도 깔끔하게 잘 나온다.

다만, BTS 안내방송이 너무 중독성 있어 한국에 돌아와서도 머릿속에 맴도는 중이다.

싸타니 떠빠이 싸이엠~

[BTS 수쿰빗선] 시암-빅토리 모뉴먼트 28밧

왓아룬과 늦은 저녁의 방콕 구도심

힘겹게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일단 시차 때문에 모자랐던 2시간의 잠을 낮잠으로 채우고 이제 뭘 해야 될까 고민하던 찰나 인스타에서 하도 나오던 왓아룬 야경이 생각났다.

왓아룬이 있는 구방콕 지역(=우리나라의 서촌 느낌)은 지하철이 안다녀서 또다시 숙소 앞 거리에서 저녁 식사를 해결한 후

해도 졌으니 버스를 도전해 보자는 마인드로 길을 나섰다.

내가 타야 하는 버스는 12번 버스! 30분을 기다렸나? 버스가 계속 안 왔다.

거기다가 여기는 버스 도착안내 같은 것도 없어서 총체적 난국이었다.

구글 지도를 다시 뒤지며 옆 정류장에 구방콕 쪽으로 가는 다른 버스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 대기장소를 옮겼다. 역시나 버스는 30분 동안 안 오고.. 오토바이를 부르려 앱들 키려던 찰나 눈앞에 보이는 503AC 버스 (에어컨 있다 해서 AC임 ㅎ)

행복한 미소를 띠며 버스에 올라탔고 버스 안내양한테 지도를 보여주니 17밧과 종이티켓을 교환해 주었다.

되게 오래된 버스였는데 힘도 좋고 승차감도 좋았다. 무엇보다 내부 분위기가 저녁에도 불을 안 키니 시티팝 바이브? 가 났다? ㅋㅋ

늦저녁이라 교통체증 없이 달리고 달려 지도를 보며 다다음 정류장에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버스 안내양이 갑자기 나한테 오더니 빨리 내리란다

내리라니까 내렸는데 내가 내린 곳은 두 정거장 전...

경위를 추측해 보거니 내가 내려야 할 곳이 공사 중이라 버스 루트가 구글지도 루트랑 달랐던 것

당황하며 왕궁 쪽으로 걷기 시작했는데 왕궁이 여간 큰 게 아니었다.

거리에 사람도 없고, 군인만 계속 돌아다니고, 양쪽으로는 근엄한 정부기관 건물들만 있고

사서 고생하는 콴쓰 또 몇십 분을 걸어 강가로 향하는 작은 골목길로 들어갔고

드디어 왓아룬의 아름다운 야경을 접할 수 있었다.

 

[BTS 버스 503AC] 빅토리 모뉴먼트 - 국방부 청사(왕궁 앞) 17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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